나이가 드니 자꾸 뭘 잊어버린다. 정신이 없어지고 주의력도 부족해서 생기는 일인 것같다.
이번 여름 휴가 때도 정말 잘 놀고 온 피서지에다 선글라스를 흘리고 오면서 약간 의기소침해졌다.
안경을 잃어버린 것을 알아차린 것은 원산도 해수욕장을 떠나 해저터널 관광지에 들렸다가 군산 가까이 와서였다.
돌아가자니 너무 멀리 와버렸고 그냥 가자니 추억이 깃든 물건이기도 해서 애가 탔다.
못찾는 셈치고 원산도해수욕장 종합관리실에 전화를 걸었다.
잘 모르시겠지만 민원인들은 대단히 쫄아있거나 미안해 있거나 심사가 복잡다단하다.
다행히 배주무관님이 반갑게 전화를 받아주셨다. 찾아봐주겠노라 약속하시더니 여기저기를 거쳐 정말로 안경을 찾아주셨다.
그리고 정말로 고맙게도 집으로 택배발송해주시겠다고 하셨다.
그 목소리가 얼마나 친절하시던지, 잘못한 건 난데 오히려 배주무관님이 잘못한 것처럼 착각될 정도였다.
며칠 후 택배가 왔고, 어디서 구하셨는지 안경집에 넣어 꼼꼼하게 포장된 안경을 받았다.
"세상에, 얼마나 고맙던지요."
가뜩이나 세상은 시끄럽고 살 맛 안나는 일이 많은 때에 한 사람의 진실어린 친절을 받고 보니 삶의 의욕이 배가되는 느낌이 들었다.
사는 일은 장담 못하지만 지나는 길이 있으면 보령은 꼭 재방문할 계획이다.
배주무관님 덕분에 보령은 나이스하고 사람 냄새나는 도시가 되었다.
배준호주무관님, 바쁘신 업무 가운데도 무리한 부탁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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